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유통업계 가격 인상이 새해 들어 본격화하며 서민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햄버거와 분식 등 외식 가격, 화장품, 담배, 가구까지 잇따라 인상돼 가계 주머니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유통업계를 종합하면 주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와 화장품·가구업체 등이 최근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계 햄버거 체인인 모스버거는 지난 2일부터 데리야끼치킨버거, 와규치즈버거 등 버거 제품 5종의 가격을 평균 6.1% 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KFC는 지난달 29일부터 치킨, 버거,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최대 800원 인상키로 했다. 앞서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전체 74종 제품 중 버거류 12종, 세트 15종, 디저트류 1종, 드링크류 5종 등 가격을 조정했다. 가격을 올린 제품은 총 30종으로 평균 5.8% 인상됐다. 맥도날드는 배달서비스인 ‘딜리버리’의 최소 주문 가격을 지난달 30일부터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신선설농탕은 설렁탕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4.3% 인상했고, 놀부부대찌개도 최근 부대찌개 가격을 7500원에서 7900원으로 5.3% 올렸다. 죽 전문점 ‘죽 이야기’는 1일부터 버섯야채죽과 꽃게죽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지난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가격 인상을 철회했던 BBQ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도 조만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화장품과 담배, 가구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5월과 9월, 11월 3차례나 가격을 올린 수입 화장품 샤넬은 또 1일부터 총 326개 품목의 향수와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다. 바비브라운도 주요 품목인 립틴트 가격을 평균 5% 올렸고, 불가리 향수도 1일부터 유로화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이유로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상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달 20일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의 전용 담배 제품인 히츠의 소비자 가격을 20개비 한 갑당 43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인상해 경쟁사 대응이 주목된다. 가구업계도 시몬스가 매트리스 10여종의 가격을 약 5% 인상한다고 밝혔고, 현대리바트는 오는 15일부터 침대와 식탁류 가격을 3~4% 올릴 예정이다.

문제는 소비재 가격 인상이 확산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사실이다. 기준금리·최저임금 인상에다 배럴당 60달러대로 올라선 국제유가는 물가를 끌어올릴 원동력이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낮게 유지됐지만, 경제성장률 3% 달성과 세계적 경기 회복세에 맞춰 올해 물가는 2%대 중반을 넘나들 가능성이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며 “수입 화장품 등 관련이 적은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합류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