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로 여섯 살 배기 딸을 잃은 소방관 부부의 국민청원이 1일 오전 6시 기준 20만1457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는 청원이 접수된 지 18일만의 결과로 청원기간이 오는 13일 만료되는 점을 감안할 때 동의자 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청원은 지난해 10월 16일 대전 서구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5년차 소방관 부부가 딸을 잃게 된 데서 시작됐다. 

청원을 제기한 소방관 부부는 “현행 도로교통법 상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아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청원 동의자가 20만명 이상일 경우 청원에 관한 답변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전소방관 부부는 이달 13일 청원기간 만료 후 정부로부터 청원내용에 관한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특히 이 부부는 사고 후 가해자의 미온적 대응으로 더 큰 상처를 받고 있다는 하소연도 했다.

이 부부는 “(사고차량 운전자가) 사고 후 나와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함께 아파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가해자는 사고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예정돼 있던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비행기를 탔고 더욱이 재판에서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선 사고 후 최초 진술(피해자와 충돌 후 즉시 차를 멈췄다)도 거짓이었던 게 드러났다”고 한탄했다.

특히 “무엇보다 가해자는 1차 판결 후 현재 사고유발에 대한 처벌을 받겠다던 애초의 약속과 달리 변호사를 선임, 죗값을 회피하려 한다”며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 횡단보도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알고 법을 악용하려할 뿐 뉘우침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만약 가해자가 현행법을 이용해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도 지금과 같은 행동을 했을까요?”라고 반문한 이 부부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하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겪은 아픔(사건)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가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로 적용돼 가해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게 힘을 보태주길 부탁한다”고 청원했다.

이 같은 내용의 청원에 국민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내달 13일 청원 마감일 이후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의 도로교통법 적용여부’에 관해 답변을 하게 된다.

정부는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며 “정부는 국정현안 관련,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간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을 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대전소방관 부부의 국민청원은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해 청와대가 답변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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